김해시보

김해시보 제 845 호 7페이지기사 입력 2018년 03월 21일 (수) 11:00

독자투고

초등학생 아들과 오토바이 타고 유라시아 횡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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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6월10일 아침 설레는 맘을 안고 집을 나섰습니다. 집 앞에서 사랑하는 가족인 아내와  딸이 손 흔들어 배웅했습니다. 김해를 떠나 동해항으로 향했습니다. 우리가 타고 갈 오토바이에는 초등학교5학년(용산초)인 아들을 뒤에 태웠고 텐트며 침낭 옷가지들을 가방에 넣어 오토바이에 단단히 묶었습니다. 설렘 반 두려움 반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동해항까지 가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배에 오토바이를 실었습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시작으로 바이칼호수를 거쳐  몽골 그리고 파미르고원이 있는 중앙아시아의 비포장도로를 달렸으며 유라시아 18개국 총 32,000km를 돌고 돌아 마침내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긴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첫 여행지였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난 '이고르', 아이에게 총 쏘는 경험을 하게 해 준 '자르갈', 벨로고르스크에서 헬기를 태워준 '알렉산더', 한밤에 길을 잃고 헤맬 때 도와 준 '알렉세이 샤샤 디마', 폭풍을 앞에 둔 우리를 몽골전통가옥인 '게르'로 인도한 '헤지스렁', 몽골사막에서 만난 부제가족,  키르기스스탄 송쿨 호수에서 환대해준 '주르마', 터키 카파도키아에서 만난 '황현정' 씨, 이탈리아 길에서 만난 인연으로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자신의 집을 숙소로 내 준 '마이클', 마지막으로 프랑스 툴롱에서 만난 씨몽-손보리 씨 부부. 그 외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따뜻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아들 지훈이에게 물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무엇이냐고요. 아이는 "아빠, 저는 커서 돈을 많이 벌어 비싼 외제차를 타고 좋은 집을 갖는 게 꿈이었어요. 그런데 여행을 다니면서 보니 잘사는 나라든 못 사는 나라든 그곳 사람들은 가족들과 함께 모두 밝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어요"라고 답했습니다. 아들은 경제적인 상황에 관계없이 행복하게 사는 가족들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았나 봅니다.
   아들은 여행을 하는 동안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직접 몸으로 부대끼며 때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했습니다.    지나는 길이 학교였고 만나는 사람들이 선생님이었습니다. 123일 동안 바이크의 좁은 뒷자리에서 꾸벅꾸벅 졸던 아이를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했습니다. 엄마가 많이 보고 싶었을 텐데. 하지만 아빠와 단 둘이 보낸 시간들, 둘뿐이라서 의지하며 나눴던 많은 이야기들 훗날 예쁜 추억이 되겠지요.
     아들의 머리가 더 크기 전  지금 12살 나이에 사춘기 예방주사를 맞힌 것 같아 안심이 됩니다.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 4개월의 여행은 이제 애틋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지금은 일상으로 돌아와 아이는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저도 다시 식당 일을 하고 있지만  아빠와 아들이 함께한 추억은 가슴속에 오래 오래  남아 있겠지요.
김해시민 여러분 사랑하는 자녀와 단둘만의 여행 지금이라도 떠나보세요.
아빠 최정환/ 아들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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