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보

김해시보 제 878 호 2페이지기사 입력 2019년 03월 11일 (월) 13:18

‘김해 서예의 혼이 깃든 청우마묵헌(晴雨磨墨軒)’

범지 박정식 선생의 갤러리이자 서실 진한 묵향과 어우러진 예술가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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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해시청 본관 동쪽 입구에는 수로왕 탄강설화가 깃든 '구지가'에 예술적 혼을 불어넣은 작품 '龜'(구)가 걸렸다.
보는 이들을 압도하는 크기(137cm x 240cm)의 이 작품은 김해를 대표하는 서예가 범지 박정식 선생이 2017년 창작해 최근 김해시에 기증한 것으로 거북이의 신령스러움과 가야의 수장으로서 위엄을 잘 나타내고 있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3월 초 범지 선생을 만나기 위해 그의 갤러리이자 서실인 '청우마묵헌'(晴雨磨墨軒, 가락로 125번길 28)을 찾았다.
청우마묵헌은 이번에 그가 기증한 작품 '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수로왕릉의 후원 너머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는 범지 선생과 악수를 나누며 서실에 들어서자 진한 묵향이 전신을 감싸며 저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취재 후 한 기자가 먹에서 나는 은은한 향기 때문에 서실에서 나가기 싫었다고 했을 정도니 그 느낌이 이해가 되리라.
'청우마묵헌'(晴雨磨墨軒)'은 '맑은 날이나 비가 오는 날이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먹을 갈고 서예에 정진한다'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 이는 범지 선생의 삶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그의 나이 32세에 그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던 대한민국서예대전 일명 '국전'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서예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고, '역대 최연소 대상 수상'이라는 기록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너무 이른 수상이 그에게는 영광이자 부담으로 자리 잡았다. 작품 마다 혼신의 힘을 다하다보니 한 작품 한 작품을 끝낼 때 마다 심하게 앓은 적이 많았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이순(耳順)이 가까워서야 비로소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글씨를 쓰고 있다는 그의 이야기에서 진정한 예술가의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범지의 작품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 가며 봐 왔던 다양한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야누리', '칠암문화센터', '김해천문대', '주촌면행정복지센터' 같은 글씨가 바로 범지의 작품으로 김해의 대표적인 시설물 표지석의 글자는 그가 도맡아 쓰다시피 했다. 어느 한 점 같은 분위기를 나타내는 작품이 없는건 건물의 특징과 용도까지 생각해서 글자에 표현하기 때문이란다.

서예는 어린 나이에 배워야

지난해 12월 서예 문화를 발전적으로 계승해 나가기 위해 '서예진흥에 관한 법률'(서예진흥법)이 제정됐다.
서예진흥법 제정은 7080 세대들에게는 필수 과목처럼 여겨졌던 서예가 요즘들어 방과 후 교실, 학원 등에서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으로 요즘 세대들이 그만큼 서예에 대해 모르고 관심도 없다는 뜻이다.
우리가 청우마묵헌을 찾은 날 붓을 잡은 이들이 몇 있었지만 대부분 60대를 훌쩍 넘긴 이들이었다.
서예를 배우는 연령층이 노령화 되면서 범지 선생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정서적 안정을 주고, 집중력을 키워주며 더 나아가서는 자신감까지 키워주는 서예 교육의 효과는 나이가 어릴수록 두드러지는데 최근 몇 년간 청우마묵헌의 문을 두드린 어린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이 그 고민의 핵심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 전통 문화를 나이 어린 친구들에게 전할 수 있을까 매일매일 고민한다는 범지 선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예진흥법을 통해 전국적으로 서예 열풍이 다시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수학, 영어도 좋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전문 예술 서예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좋지 않을까! 지금 바로 범지 서실의 문을 두드려 보자.
지식은 넘치지만 인간으로서의 품격과 의기가 줄어들고 있는 요즘, 왕성한 창작 활동과 후학 양성을 통해 옛 선비의 맥을 지켜온 범지 박정식 선생.
청우마묵헌에서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새어나오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문의 청우마묵헌 ☎ 333-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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