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사회에서 말의 가축화가 인류의 활동 폭을 넓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말이 지닌 뛰어난 기동성을 이용하여 지역집단 간의 정보교류를 촉진시키고 군사적 목적으로도 자주 이용되어 결과적으로 사회체제의 확립이나 통폐합을 이끌어내는데 말이 유용하게 활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 가능한데, 특히 삼국시대에 여러 제국에서 마구가 다양하게 사용된 과거사를 우리는 지니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서 말은 고대국가의 형성과정 중에 각 지역집단이 지배체제를 확립하고 유지하며 이를 확대시켜 나가는 데 깊이 관여되고 있었음은 이 시기의 고고학적 유물로서 말과 직접 관련 있는 마구를 통해 잘 알 수 있다.

가야는 고대국가로의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신라에 병합되었다. 그리하여 가야의 정치체를 지역연맹체로 상정하기도 한다. 지역연맹체 단계였던 가야제국의 경우 각국에 수장들이 존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야제국의 수장에 관해서 알려주는 사료는 많지 않다. 다만 󰡔일본서기󰡕 흠명기에 가야제국의 수장(한기)에 관한 기록이 보인다. 이들 사료를 중심으로 가야제국의 권력구조를 논하기도 하지만, 사료의 한정성 때문에 가야제국의 권력구조를 밝히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이를 통해서 가야제국에는 각국을 대표하는 수장계층이 존재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근년 가야왕권에 대한 표기의 하나로 ‘帝國’이라는 명칭이 소설의 제목으로 회자되기도 하지만, 가야의 왕권형성에 대한 연구는 加耶諸國의 사회발전단계론과 같은 문제로서 가야사 연구의 초기부터 전개되어 왔다.
가야제국의 수장들은 部族國家論(백남운, 1933)에서는 부족연합의 장으로, 加耶聯盟論(손진태, 1948 ․ 이병도, 1975 ․ 김태식, 1993)에서는 김해의 가락국왕과 고령의 가라국왕이 가야제국을 아우르는 단일연맹장으로, 君長社會論(이영식, 1985 ․ 권학수, 1985 ․ 김태식, 1990)에서는 소국의 왕 이나 여러 사회단계의 연맹장에 해당하는 군장으로, 初期國家論(이종욱,1981)에서는 수로왕을 초기국가의 왕으로, 三韓小國論(권오영, 1996 ․ 이영식, 2000)에서는 철기시대 삼한사회 소국의 왕으로, 단일연맹론을 수정한 地域聯盟論(田中俊明, 1993 ․ 백승충, 1995 ․ 이형기, 2009)에서는 김해 ․ 함안 ․ 고령의 가야국 왕을 지역연맹장으로, 領域國家論(이희준, 1995 ․ 김세기, 1995 ․ 박천수, 1996 ․ 이영식, 1997)에서는 5~6세기 단계의 대가야를 소국 왕들의 통합을 추진하던 대왕 또는 고대국가의 왕으로 이해되기도 하였다. 가야연맹론에 대한 여러 가지 비판을 통해, 가야사의 전개를 가야 각국의 역사로 다루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가야의 수장들을 연맹장과 같이 보려는 생각이 후퇴하고, 각국에 따라 小國의 王 또는 大國의 大王으로 보려는 생각들이 일반화 되어 가고 있는 듯하지만, 이러한 연구와 논쟁은 계속되어 갈 것이며, 그에 따라 가야제국 수장들 대한 단계적 묘사 또한 달라져갈 것이다.

1990년대 이후 가야의 중심고분군에 대한 발굴조사가 본격화되면서 가야사에 대한 실증적인 이해가 가능해졌다. 그 가운데 토기에 보이는 地域色에 주목하여 가야 각국의 중심지와 공간적인 범위를 해명한 일련의 연구 성과가 주목된다. 이러한 연구는 가야사에 대한 이해를 구체화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음에 틀림없지만 본의 아니게 가야의 분립성을 강조하는 결과 또한 가져왔다. 즉, 토기문화의 차이가 곧 정치체의 독자성을 반영한다는 이해가 일반화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