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집에 돌아가니 반가운 안내장이 기다렸다. 고향 마을 고모님댁 조카가 시집을 가는데 김해가야테마파크 가야왕궁에서 전통혼례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어릴 적 코흘리개 때나 보았던 전통혼례를 우리 김해에서 한다니 너무 반갑고 기대가 돼 아내와 아이들과 온 가족이 축하를 하러 갔다.
가을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쬔 한낮, 왕궁 마당에 여기저기서 모여든 구경꾼들과 혼주 친인척들은 잔칫집 마당에서 분주하게 바지런을 떨었다.
옛날에는 흔한 일이었지만 요즘은 보기 드문 일, 즉 신랑 신부가 한 동네에서 자란 동무들이 결혼하는 일이 흔했다. 그래서 보내는 이도 서운함도 없었고 받는 이는 더욱 반가웠다. 노인들은 “잘 키워 멀리 안 보내는 것도 고마운 일”이라며 기뻐워들 했다.
사모관대 신랑과 연지곤지 신부가 나서자, 마당을 채우고도 모자라 축하객들은 까맣게 주변에 진을 치고 숨죽이며 지켜보았다. 전통혼례에서 신랑은 턱시도가 아닌 사모관대를 입고, 신부는 드레스가 아닌 황원삼을 입기 때문에 도시의 예식장 풍경과는 전혀 달랐다.
새내기 부부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신명나는 풍물소리에 맞춰 힘찬 성혼 행진을 하자 축하객들은 신랑, 신부를 향해 "행복하게 잘 살그라"라는 덕담으로 응원을 보낸다.
옛날 혼인식은 이보다 더 왁자지껄소란했고 인정미, 사람 사는 맛이 넘쳤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지들의 이야기꽃과 신랑, 신부 친구들의 흥분어린 웅성댐, 무엇보다 어린아이들의 수선거림이 정겨웠다.
잠시 옛 추억을 떠올려 보는 사이 벌써 어디선가 “얼라들은 많이 필요 없고, 서이만 낳으라 이!”라고 외치는 어른의 목소리가 들렸다. 요즘 셋이면 애국자 중 애국자이니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전통혼례를 처음 보는 우리 아이들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신기한 듯 쳐다봤다.
이제는 정말 보기 힘든 전통혼례를 뒤로하고 돌아오면서 옛 생각이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마치 국빈 만찬장을 보는 것 같은 요즘 도시 예식장이 아닌, 오래전 고향의 전통 혼례를 이렇게 볼 수 있다니.. 이런 자리와 공간을 마련해 준 김해시 관계자분들께 감사함을 전해본다. 앞으로 많은 선남선녀들이 김해가야테마파크 가야왕궁에서 전통혼례를 치르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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