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조금 느려지는 길목, 수로왕릉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눈길을 사로잡는 주황색 물결을 만날 수 있다. 바로 능소화다.
한 줄기 담쟁이처럼 담장을 타고 오르다 하늘을 향해 고개를 내민 능소화는 조용히, 그러나 강렬하게 여름의 문을 연다.
햇살 아래 부드럽게 흔들리는 그 모습은 마치 전설 속 수로왕과 허왕후의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수로왕릉은 신비와 고요가 공존하는 곳이다. 능소화가 피기 시작하면 그 고요는 어느새 감성으로 물든다.
사진을 찍으려는 발걸음도, 그저 바라보려는 시선도 잠시 말을 잊게 만든다.
능소화는 6월 말부터 7월 사이 가장 화려하게 피어난다.
한 달 남짓한 시간만 만개한 꽃을 볼 수 있다니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잠깐의 피어남, 그 찰나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으려면 지금이 가장 좋을 때다.
만약 이 여름, 조용한 감동과 마주하고 싶다면 수로왕릉을 찾아보자.
붉은 그늘 아래 능소화가 오래된 이야기를 건네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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