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매서운 겨울, 버스 정류소에 서 있으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움츠러든다. 숨이 차오를 즈음, 전기로 데운 구들장 의자가 눈에 들어온다. 잠시 앉아 몸을 녹이려는데, 먼저 앉아 있던 사람이 조용히 자리를 내어준다. “앉으세요.” 짧은 한마디와 함께 건네진 온기는 생각보다 깊었다.
구들장은 원래 아궁이의 불길을 품어 방바닥을 덥히던 돌이다. 한 번 달궈지면 쉽게 식지 않아, 사람들은 그 위에 몸을 붙이고 하루를 버텼다. 지금 정류소의 구들장은 전기로 데워지지만, 사람에게 주는 위안은 다르지 않다. 특히 누군가와 온기를 나눌 때, 그것은 단순한 의자가 아니라 마음을 쉬게 하는 자리가 된다는 걸 알게 된다.
자리를 양보받아 앉아 있으니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새벽에도 꺼지지 않던 온돌의 따뜻함, 불을 지피며 하루를 준비하시던 부모님의 모습이다. 우리는 그 온기 덕분에 추운 겨울을 견뎠고, 힘든 날들을 지나왔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부모님의 수고와 사랑이 고스란히 바닥의 온기로 남아 있었던 셈이다.
그 기억은 지금의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정류소에서 받은 작은 배려가 과거의 온기와 겹쳐질 때, 살아온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안도감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생각이 옮겨간다. 내가 받은 이 온기를 어떻게 다시 건넬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다.
정류소 한쪽에 놓인 빨간 자선냄비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동전 하나가 떨어지는 소리는 짧지만, 여운은 길다. 구들장이 몸을 덥힌다면, 자선냄비는 마음을 덥힌다. 누군가에게는 오늘을 버티는 힘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내일을 살아갈 이유가 된다.
우리는 거창한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자리를 양보하는 일, 온기를 나누는 일, 작은 마음을 보태는 일만으로도 세상은 조금 덜 춥다. 구들장에서 배운 고마움은 그렇게 나의 삶을 지나 또 다른 누군가에게로 이어진다. 온기가 남아 있는 한, 우리는 충분히 이 계절을 건널 수 있음을 가슴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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