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전은 나에게 일주일 중 가장 특별한 시간이다.
핸드폰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지고, 몸은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았는데도 마음만큼은 먼저 설렘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의미 있고, 재미있고, 무엇보다도 바쁘게 흘러가는 이 날은 바로 나눔카페 봉사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봉사’라는 단어는 여전히 나에게 조금 낯설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그 단어가 왠지 나와는 다른 세상에 속한 말처럼 느껴졌다. 아주 착하고 마음이 넓고 여유가 많은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봉사는 늘 뒤로 밀려난 선택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특별한 결심 없이도 한 번쯤은 자연스럽게, 그리고 기꺼이 하게 되는 일이 바로 봉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 토박이로 살다가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약 30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불과 2년 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김해에 정착하게 되었다. 서울도 아닌 낯선 경남 김해는 나에게 모든 것이 새롭고 어색한 공간이었다.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변해버린 한국 사회와 문화에 적응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루하루 ‘김해 적응기’를 외치며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눈에 들어온 ‘나눔카페 봉사자 모집’이라는 A4 한 장의 안내문이 내 삶의 방향을 조금씩, 그리고 분명하게 바꾸기 시작했다. 집에서는 네스프레소 캡슐을 넣고 버튼만 누르면 완성되던 커피를 마시던 내가, 이제는 커피 머신 앞에 서서 직접 커피를 내려 뜨아와 아아를 만들고, 아아에는 ‘얼음은 몇 개를 넣어야 맛이 좋을까’를 소크라테스처럼 고민한다. 스팀기로 우유를 데우며 벨벳 밀크에 대해 맹자처럼 논하고, 카페라떼에 더 예쁜 라떼아트를 하기 위해 무한 반복 영상을 보고 또 보며 ‘고흐처럼 그려봐야지’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도 한다. 카푸치노 위에 시나몬 가루를 어떻게 뿌려야 예쁘게 보일까를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신의 경지(푸하하하)에 이른 듯한 착각마저 든다.
생전 처음 만들어 본 대추차와 생강차를 손님에게 내어놓았을 때 “와~” 하는 감탄사가 들려오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번진다. 그렇게 나의 봉사 시간은 늘 소소하지만 벅찬 기쁨으로 채워지고 있다.
나눔카페에서 내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은 커피를 배우는 것도, 음료를 만드는 기술도 아니었다. 바로 스무 명이나 되는 든든한 언니, 친구, 동생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한때 “궁금하면 500원”이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오갔지만, 나에게 나눔카페는 “궁금하면 나눔카페로”라는 새로운 나만의 유행어를 만들어 준 곳이다. 무엇이든 물어보면 정답처럼 따뜻한 답이 돌아오는 곳, 나만의 자동판매기 같은 특별한 공간이기도 하다.
나눔카페의 또 다른 매력은 우리가 무료 봉사로 모은 소중한 수익금이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다시 사랑으로 전달된다는 점이다. 사실 나는 스스로를 돈으로 기부를 할 만큼 아주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실제로 해 본 적도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나눔에 참여할 수 있다. 작은 손길이 모여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 이 공간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2년 전 처음 봉사를 시작했을 때의 나는 많이 서툴렀다. 손도 느리고 실수도 잦았다. 하지만 지금은 스스로에게 ‘쓰담쓰담’ 해 줄 만큼은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봉사자들이 정성스럽게 손수 만든 수제 음료를 맛있게 마셨다고 말해 주시는 손님들, 준비가 조금 느려도 재촉 한 번 없이 기다려 주시는 손님들, 나가실 때마다 “대추차 정말 맛있어요”,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해 주시는 모든 손님들에게 마음 깊이 감사함을 느낀다.
언제까지 김해에 머물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언젠가 다시 한국을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이곳에서, 이 사람들과 함께, 이 따뜻한 공간을 지키며 열심히 성실하게 봉사하고 싶다. 나에게 나눔카페는 단순한 봉사 장소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삶의 한 부분이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외친다.
“언니, 대추차 한 잔이랑 자몽에이드 한 잔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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