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보

김해시보 제 727 호 6페이지기사 입력 2014년 11월 11일 (화) 11:24

달빛에 떠밀리는 보길도

시민기자 문학탐방을 다녀와서

땅끝에 서면 무엇이 보일까. 땅끝으로 간 사람들은 무엇을 보려 했을까.
벼랑에 몰리면 흔히 끝이라는 말과 함께 우리는 절망한다. 그러나 끝에 서본 사람은 안다. 그 끝이 다시 시작이라는 것을,
오세영 시인이 끝은 다시 시작 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한번쯤 끝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강한 삶의 애착을 가지면서 땅끝마을을 찾아 갔는지도 모른다.


김해 시보시민기자단이 1박2일로 해남 땅끝마을을 거쳐 보길도까지 이어지는 문학탐방이 7일, 8일 양일간 있었다.


만산홍엽의 가을기행, 모두들 설레는 여행자가 되어 김해시청을 이른 아침에 출발 하였다.


보길도 배편의 시간에 맞추어 먼저 전남 고흥의 대흥사를 찾았다. 두륜산 자락에 포근하게 안긴 대흥사는 고찰답게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었다. 원래 절의 이름은 대둔사 였지만 언제부터인가 현지인들이 부르는 대흥사가 더 친숙한 이름이 되어 버렸다. 전나무가 울창한 부도전을 지나 서산대사 발우가 모셔져 있는 유물관을 관람하고 대웅전을 둘러보았다.


대흥사는 일반 사찰과는 달리 대웅전이 계곡 북쪽으로 자리하고 있다. 들어서니 대웅전 현판이 정겨운 서체로 다가온다. 원교 이광사(1705~1777) 글이다. 절 기둥마다 용두가 조각되어 신비로움 마저 감돌았다. 그 옆 백설당에는 추사 김정희가 쓴 무량수각의 명필을 볼 수 있다. 바쁜 일정에 구석구석 다 둘러 볼 수는 없었으나 윤장대를 돌리면 경전을 읽는것과 똑 같은 공덕을 쌓는 것이라 하여 몇 바퀴 돌리고 땅끝마을 선착장으로 서둘러 이동하게 되었다.


남도의 가을은 아직 조금 이른 편인가 단풍은 많이 물들지 않았다. 가는 중간에 나지막한 야산의 풍광에 여행자의 마음도 차분히 가라 앉는다. 우리가 예약한 배는 네시 반경 출발하는 마지막 배였다. 약간의 시간이 있어 땅끝마을을 둘러보게 되었다. 전남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백두대간이 내쳐 달리다가 뚝 끊어져 바다 아래로 솟구친 곳, 땅끝이다.


땅끝에 서면 만감이 교차한다. 땅끝임을 알리는 표지석에서 기념촬영도 한다. 표지석에는 희망의 땅끝이라 쓰여 있다.


그렇다. 끝에서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한반도의 마지막 정기를 내려받아 새로운 각오와 출발을 다짐하는 동안 파도는 땅끝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사진작가들의 최고 일출지로 꼽히는 맹섬의 형제봉을 뒤로 하고 보길도로 들어갔다. 십용십일구(十用 一口)의 보길도.
도착하니 어둑 사리가 들었다. 숙박지를 찾아가는 중에 섬이라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로 많은 논과 밭, 산을 지나게 되었다.


노화도를 지나 보길도. 두 섬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었다. 보름을 약간 넘긴 달빛에 보길도는 고요히 떠밀리고 있었다.


다음날, 모두는 새벽부터 일어나 면사무소 앞 조그만 포구의 길을 따라 걸었다. 여명의 포구는 더욱 선명하고 검푸르게 일어섰다. 여장을 서둘러 챙겨서 윤선도 어부사시사 탄실인 세연정을 찾았다. 윤선도가 꿈꾸었던 이상향의 세연정은 단아한 선비의 모습 그대로였다. 명승 제34호로 지정된 세연정은 칠석과 소나무, 정자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가을의 풍광을 자아내고 있었다. 정자에 오르니 마치 연못 위에 떠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며 자연과 하나가 되었다.


윤선도 유물관에서 그의 후손이 들려준 이야기가 사실로 다가왔다. 조선 사대부가의 명망과 학식이 저절로 지켜지고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남도 대부호의 집안으로 환난애휼, 호국지민의 정신으로 지금까지 존경을 받으며 명맥을 이어온 것에 고개가 숙여지는 것이다.


세연정을 뒤로 하고 보길도 망월대를 올라 바다와 어우러진 섬의 풍광을 내려다 보았다. 그 곳에서 떠나온 육지나 또는 배 타고 나간 가족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며 하염없이 바라다 본 곳이다. 잠시의 감상에 젖을 틈도 없이 보길도 선착장에서 완도로 나가는 배에 오르게 되었다. 오후 날씨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무사히 뭍으로 올라 단풍이 절정인 낙안읍성에서 역사의 의미를 다시 새기면서 남도 문학 탐방을 마무리 하게 되었다.


짧은 시간에 보길도까지 달려온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이다. 영겁의 시간 속에 머물고 있는 보길도 몽돌은 거친 파도 속에서도 자신의 몸을 궁글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남도 문학기행에서 시민기자들은 자기를 조금씩 내려놓고 몽돌처럼 구르는 단단함과 땅끝에서 본 새로운 힘과 희망을 안고 왔으리라, 그리고 우리 모두는 하나가 되어 거친 파도에도 끊어지지 않는 영원한 수평선의 추억을 담아 왔을 것이다.
/ 시민기자 김용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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