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보

김해시보 제 728 호 17페이지기사 입력 2014년 11월 21일 (금) 10:22

김해의 강

김해생각

   해반천, 호계천, 봉곡천, 내삼천, 삼문천, 대청천 등 우리에게 친숙한 이들 하천은 어디로 흘러들까? 밀양에 밀양강이 있고, 진주에 남강이 있다면 김해시에는 조만강이 있다. 밀양강과 남강이 영남루와 촉석루를 지나면서 아랑의 전설로 기억되고, 논개의 기상을 전하는데 조만강은 그냥 말없이 김해들녁을 흐른다.
   김해들녁은 조만강의 물줄기로 들숨날숨을 쉰다. 흐르는 강물이 김해평야의 모세혈관이 되어 이곳 저곳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 넣은 후 제가 온 곳으로 다시 돌아갈 때 쯤 유홍준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 이라고 말한 그 논은 조만강의 수분을 머금은 벼이삭을 토해 내고, 삼투압 작용을 멈춘 볏짚은 하얀 마쉬멜로처럼 동그랗게 포장되어 가축의 사료가 될 준비를 한다.
   올해 이 강을 찾은 그 날은 장맛비가 내리는 6월이었다.
   낚싯대를 드리우다 갈대밭 사이에서 울어대던 물새 소리에 정신을 파는 사이 조금씩 내리던 비로 앞산이 아득해 지고, 쌀뜨물빛 안개가 미류나무 기둥을 감추면서 어느덧 나는 조만강의 한가운데 있었다. 시인 신경림은 ‘갈대’에서 ‘산다는 것은 속으로 조용히 우는 것’이라고 했고, 곽재구는 ‘사평역에서’를 통해
‘산다는 것은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나는 조만강에서 그걸 느꼈는지 모르겠다. 
   조만강은 김해시민에게 그런 존재다.
   그 흔한 유등불빛 하나 없어도 이름난 누각 한 점 끼고 있지 않아도 오래전 바닷물이 밀려들던 시절에는 수많은 배들이 정박하던 포구를 내주었고, 지금은 경제적․생태적 가치로 새삼 주목 받고 있는 논습지를 잉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조만강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둑길을 걸어 보아야 한다.
   정천교 ~ 마찰교 구간 2.5km, 마찰교 ~ 맑은물순환센터 구간 5.5km를 걷다보면 은빛 강준치와 숭어떼를 만날 수 있고, 발아래 갑자기 뛰어 오르는 잉어때문에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한다.
   해반천보다 크지만 비대하지 않고, 낙동강보다 작지만 왜소하지 않은 조만강의 진면목을 보려면 잡목과 흙길이 걷는데 방해된다고 생각 말자.
   이 강의 둑길은 그래야 제 맛이고 운치가 있다.
   2013년 김해시에서 사업비 82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340천㎢에 달하는 조만강 생태공원을 탐방하는 것은 덤이다.
시보 편집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