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보

김해시보 제 1127 호 15페이지기사 입력 2026년 06월 01일 (Mon) 09:36

김해의 시간을 쌓아 가다

내외동 박영식

올해 가야문화축제 행사장을 걸으며 나는 예전보다 훨씬 살아 있는 축제라는 인상을 받았다. 체험 부스도 다양했고, 세 곳의 무대에서는 각기 다른 공연들도 이어졌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였다. 김해의 종 앞 무대에서는 구경꾼과 참여자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허물어졌다. 누군가는 박수를 치고, 누군가는 흥에 겨워 몸을 흔들었으며, 또 누군가는 무대 앞으로 나와 함께 어울렸다. 축제란 결국 사람들이 마음을 내어 시간을 함께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내가 요즘 하고 있는 일이 떠올랐다.

얼마 전 나는 김해시니어클럽이 주관하는 노인역량활용사업에 지원해 김해문화원 아카이브팀에 배치됐다. 스무 명으로 이루어진 팀에서 나는 나이로 보면 중간쯤에 속한다. 동갑내기인 1954년생도 여럿 있고, 나보다 여덟 살 많은 선배와 여덟 살 어린 후배도 함께 일하고 있다.

처음 모인 자리에서 나는 적잖이 놀랐다. 살아온 이력들이 어찌나 다양하던지, 저마다 한 권의 책 같았다. 누군가는 한문에 밝고, 누군가는 사진 정리에 능숙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컴퓨터 작업 솜씨가 전문가 못지않았다. 아카이브 작업에 꼭 필요한 능력들이 사람마다 자연스럽게 하나씩 자리 잡고 있었다. 세월이 흐른다는 것은 단순히 나이를 먹는 일이 아니라 자기만의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 가는 일이라는 사실을, 나는 그들과 함께하며 새삼 느끼고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오래된 기록을 정리하고 남기는 작업이다. 낡은 사진 한 장, 빛바랜 문서 한 묶음 속에는 누군가의 삶과 시대의 흔적이 스며 있다. 어쩌면 축제도, 아카이브도 결국은 같은 일을 하는지 모른다. 흩어져 지나가 버릴 시간을 사람들 곁에 붙잡아 두는 일 말이다.

가야문화축제의 무대 앞에서 환하게 웃던 시민들의 얼굴도, 우리 아카이브팀이 조심스레 넘기던 오래된 기록들도 결국은 김해라는 도시의 시간이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시간을 모으고, 기억을 이어 간다.

그래서 나는 내년의 가야문화축제도 기대하게 된다. 더 좋은 프로그램과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 속에서 또 하나의 소중한 시간이 김해의 기억 속에 차곡차곡 쌓여 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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