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때로 소리보다 색으로 먼저 찾아온다.
초록이 짙어지는 들판 사이, 김해 조만강 생태체육공원에는 요즘 연분홍빛 여름이 한창이다.
잔잔한 수면 위로 하나둘 고개를 내민 연꽃들이 햇살을 받아 은은하게 빛난다.
바람이라도 살짝 불어오면 넓은 연잎이 천천히 몸을 흔들고, 그사이 피어난 꽃들은 마치 조용한 인사를 건네듯 방문객을 맞는다.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 더 오래 바라보게 되는 풍경이다.
조만강 생태체육공원 친수공간에 자리한 연꽃밭(이동 754-2 일원)은 김해시농업기술센터가 청보리밭 인근에 약 2만㎡ 규모로 조성했다.
봄날 푸른 청보리가 계절의 문을 열었다면, 여름에는 그 자리를 연분홍과 흰빛의 연꽃이 이어받는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이곳에서 올해 연꽃은 예년보다 조금 서둘러 여름 소식을 전했다.
7월 초순부터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연꽃들은 지금 물 위 곳곳에서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연꽃밭의 매력은 멀리서 바라볼 때보다 그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갈 때 더욱 선명해진다.
꽃 사이로 이어진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발끝 가까이에는 넓은 연잎이 펼쳐지고, 그 사이사이로 연분홍 꽃송이가 얼굴을 내민다.
막 피어나 단정하게 오므린 꽃부터 활짝 꽃잎을 펼친 연꽃까지 저마다 다른 모습이다.
수면 위에는 하늘이 내려앉고, 연잎 위에는 햇살이 머문다.
도심에서 그리 멀리 벗어나지 않았는데도 풍경 속으로 몇 걸음 들어서면 시간의 속도가 조금 느려진 듯하다.
자동차 소리와 바쁜 일상을 잠시 뒤로하고 탐방로를 걷는 동안 들리는 것은 바람이 연잎을 스치는 소리와 여름 들녘의 작은 기척들뿐이다.
연꽃은 아침에 더욱 청초한 모습을 보여주는 꽃이다.
한낮의 강한 햇살 아래에서도 아름답지만, 조금 서둘러 찾은 아침에는 밤사이 머금은 서늘한 기운과 부드러운 햇빛이 어우러져 한층 싱그러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카메라를 들고 꽃 한 송이를 천천히 바라봐도 좋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탐방로를 걸으며 계절의 색을 눈에 담아도 좋다.
연꽃은 8월 중순까지 볼 수 있다. 꽃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길지 않다. 그래서 해마다 찾아오는 풍경임에도 연꽃이 피었다는 소식은 왠지 마음을 서두르게 한다.
여름날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지만 긴 여행이 부담스럽다면, 조만강으로 향해보는 것도 좋겠다.
신발은 편한 것으로 고르고, 걸음은 평소보다 조금 늦추자.
연꽃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다 마음에 드는 풍경 앞에서는 잠시 멈춰도 좋다. 그렇게 한 송이, 또 한 송이를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알게 된다.
여름은 꼭 먼 바다나 깊은 산에서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고요한 물 위에 피어난 연분홍 꽃 한 송이, 초록빛 연잎을 스쳐가는 바람 한 줄기만으로도 계절은 충분히 여행이 된다.
조만강에는 지금, 가장 싱그러운 여름이 피어 있다.
문의 도시농업팀 ☎ 350-6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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