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보

김해시보 제 939 호 15페이지기사 입력 2020년 12월 01일 (화) 10:56

전문가 기고

손미덕 세무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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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왕자



국가에 세금을 내는 것은, 그 혜택을 바라고 지출하는 접대비와 비슷하다. 접대비란 부족할까 봐서 염려하며 마지못해 지출하는 것이다. 샘이 가득 찼어도 목마름을 염려하며 베푸는 것이다. 괴로운 마음으로 베푸니 그 괴로움으로 자신이 접대받는다.

세금 혜택은 낸 사람이 받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베풀어진다. 세금을 내는 것을 기부라고 할 수 있다. 기부는 신념에 의해 베푸는 것이다. 삶의 가치를 믿고 지출에 대해 긍지를 가지므로 자존감이 생긴다. 즐거운 마음으로 베풀면 그 즐거움이 보상이다.

세금은 살기 위하여 기부하는 것과 같다. 마치 과수원의 나무가 과일을 주고, 목장의 양이 우유를 주는 것과 같다. 과일과 우유는 베풂이고 자존이다. 베풀면서 삶을 윤택하고 풍성하게 가꾸어 가는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는 고귀한 기부의 이야기다. 왕자는 도시의 빈민들을 내려다보면서 눈물짓는다. 제비는 왕자의 발치에서 잠자다 그 눈물을 맞았다. 제비는 감동하여 왕자의 기부에 동참하였다. 제비는 열심히 왕자의 심부름을 하였다. 자신의 몸에 붙은 것을 모두 떼어준 왕자는 더 줄 것이 없다. 제비는 왕자의 심부름을 하다 남쪽으로 가야 할 시간을 놓쳤다. 제비는 얼어 죽었다. 왕자의 심장은 슬픔에 깨졌다. 흉물로 남은 왕자의 동상은 철거되었다. 시장은 가슴속에 깨진 납 심장을 녹여서 재활용하기 위하여 용광로에 넣었다. 그 심장은 뜨거운 용광로에서도 녹지 않았다. 곧 쓰레기장에 버려졌다. 하느님이 천사에게 명하기를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 두 가지를 가져오라 하였다. 천사는 슬픔에 깨지나 용광로에 녹지 않는 왕자의 심장과 얼어 죽은 제비를 가져갔다.

법에 맞는 작고 착한 세금이란 없다. 거둔 세금이 쓰일 데는 너무나 많다. 하지만 기부가 있는 곳에 왕자와 제비는 있다. 기부는 금이다.

 손미덕  세무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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