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보

김해시보 제 941 호 22페이지기사 입력 2020년 12월 22일 (화) 08:41

전문가 기고

김정화(수필가,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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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팎으로 조용하다. 매년 연말이면 열리던 각종 행사도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 시들한 일상에 트로트 음악이 위안과 용기를 준다. 그동안 신파적인 중년 음악이라는 선입견과 촌스럽다고 천대받던 일명 뽕짝 음악의 품격이 놀랍게 달라졌다. 젊은 가수들의 노력과 열정이 더없이 가상하여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었다.

  그들에게 피디 한 분이 몇 가지 애정 어린 충고를 했다. 롱런의 비결은 먼저 자기관리를 잘해야 한다. 삶의 규칙을 정해 건강과 이미지 관리를 잘하라는 뜻이겠다. 끝없는 연습을 해야 함도 강조했다. 천하의 조용필도 맹연습을 하니 잘 부른다고 방심하지 말라는 것이다. 내게는 습작을 게을리하지 말라는 경고로 들렸다. 또한 좋은 노래를 많이 들을 것을 권고했다. 내게도 좋은 책을 많이 읽으라는 의미가 아닌가. 

  그때 노 작가 한 분의 전화를 받았다. 내가 텔레비전 앞에서 리모컨만 부여잡고 있을 때, 그분은 한 권의 책을 묶었다고 알려왔다. 안방팬으로만 머물지 않고 작가의 펜으로써 화답한 것이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14세기 유럽을 휩쓴 흑사병의 대재앙 속에서도 '데카메론'을 집필한 보카치오가 떠올랐다. 작가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과도 같다. 트롯맨들의 열정이 세대의 벽을 허물 듯이, 현실을 포착하여 언어의 지문을 찍는 일이 작가의 운명이 아닌가. 오히려 지금이 문학 하기 좋은 때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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