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보

김해시보 제 949 호 2페이지기사 입력 2021년 03월 23일 (화) 08:25

현악기 제작 ‘마에스트로 조문제’를 만나다

스트라디바리의 도시 '크레모나' 출신 / 한국 마에스트로 바이올린 제작가 협회원

비주얼 홍보

  • 현악기 제작 ‘마에스트로 조문제’를 만나다0
  • 현악기 제작 ‘마에스트로 조문제’를 만나다0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도시 ‘크레모나’. 크레모나 대성당 같은 중세풍의 유서 깊은 건축물과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스트라디바리’ㆍ‘과르네리’ㆍ‘아마티’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현악기 제조 장인들을 탄생시킨 도시.

그렇다 보니 ‘크레모나 출신’이라는 말은 일종의 고유명사가 되어 ‘최고 수준의 현악기 제작 마에스트로’라는 의미를 부여받게 됐다. 작년 10월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이곳 ‘크레모나 출신’의 현악기 제조 장인이 김해에 정착했다는 것이다.

◇크레모나 출신 김해 정착

대부분의 현악기 제조 장인들이 수도권과 광역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악기 제조 마에스트로의 김해 정착 소식은 지역 문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그 주인공은 바로 크레모나에 있는 ‘이탈리아 국립 현악기 제작 학교(IPIALL)’ 출신의 마에스트로 조문제 씨다. 동상동 제일교회 맞은편 3층 건물 1층에 조문제 씨가 운영하는 ‘조문제스트링’이 자리하고 있다. 관심을 갖고 눈여겨보지 않으면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김해는 물론 서부 경남에서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현악기 제조와 수리를 전문적으로 하다 보니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 고가의 현악기 수리를 의뢰하거나, 1년 과정의 ‘현악기 제작 커리큘럼’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 실제 우리가 인터뷰를 진행하던 오전 시간에도 수리를 의뢰하려는 사람들의 문의 전화가 이어졌다.

◇마르떼와의 인연

조문제 장인의 김해 정착에는 경남문화예술교육협동조합 마르떼 김세훈 이사장의 역할이 컸다. 김해의 문화적 가치와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김 이사장이 자신의 비전을 설명하며 지속적으로 설득했고, 그의 열정에 매료된 조문제 장인이 김해에 정착하기로 결정했다. 김 이사장이 김해 문화예술계에 마에스트로 조문제라는 큰 선물을 안겨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목(大木)의 손자

바이올린을 전공한 조문제 장인은 1990년대 후반 부푼 꿈을 안고 아내와 함께 크레모나로 유학을 떠났다. 유학 생활 중 IMF 외환 위기가 터져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부부는 결국 아내가 꿈이었던 요리 연구가의 꿈을 접고 내조와 육아에 전념하면서 어렵게 유학 생활을 이어갔다.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있었나요?” IPIALL 입학시험에 제작툴 실기가 있다는 말을 들은 기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사실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참 뒤 고조할아버지가 안동 봉정사 증축에 참여하셨던 대목(大木, 대목수)이셨다는 것을 아버지한테 들었죠. 증조할아버지도 방짜유기를 만드셨다고 하구요.” 대목의 손자가 현악기를 만드는 마에스트로가 됐다니 역시 유전자의 힘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조문제 장인의 노력이 자신도 몰랐던 유전자의 힘을 불러냈으리라.

현악기 제조 마에스트로의 연주 실력이 궁금해 즉흥 연주를 부탁했다. 자신이 만든 악기를 들고 잠시 생각에 잠겼던 마에스트로는 이내 한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바로 ‘고향의 봄’이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그곳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힘든 유학 시절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떠올랐을까? 연주하는 그의 표정에서 깊은 아련함이 느껴졌다.

◇세계적인 악기 만들 것

앞으로 김해에서 이루고 싶은 꿈을 물었다.

“아직까지는 아무리 우리나라 현악기 제작 장인이 악기를 잘 만들어도 이탈리아나 독일 상표가 붙은 악기들보다 선택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저는 김해에서 제 이름을 걸고 세계적인 연주가가 연주하는 악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가야금의 도시 김해에서 그 꿈을 이룰 때까지 계속해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김해시민 마에스트로 조문제의 꿈이 이뤄지는 그 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문의 조문제스트링 ☎ 335-0339



목록



기사검색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CONT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