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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가락국의 시조인 수로왕이 하늘에서 내려와서 나라를 세웠다는 건국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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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국의 수로왕 탄강 설화에 대해서 자세히 전하고 있는 것은 『삼국유사』 가락국기(駕洛國記)입니다. 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천지가 개벽한 후에 이 땅에는 나라의 이름이 없었고, 또한 임금과 신하라는 칭호도 없었다. 옛날에 구간(九干)이 있어 이들이 백성을 다스렸으니 1백호에 7만 5천인이었다. 때마침 후한(後漢) 세조(世祖) 광무제(光武帝) 건무(建武) 18년 임인(壬寅) 3월 계유에 구지봉(龜旨峰)에 이상한 소리로 부르는 기척이 있어 구간 등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수로왕영정 수로왕영정
그러자 하늘에서, “하늘이 내게 명하여 이곳에 나라를 세우고 임금이 되라 하시므로 여기에 왔으니 너희는 이 봉우리의 흙을 파면서 노래하고 춤추어라.” 라는 말이 들려왔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먹으리라.” 구간 등이 구지가(龜旨歌)를 부르고 춤추었다.

그러자 곧 하늘에서 자색(紫色) 줄이 드리워 땅에 닿았는데, 줄 끝에는 붉은 폭(幅)에 금합(金合)이 싸여 있어 열어 보니 해와 같이 둥근 황금 알 여섯 개가 있었다. 다음날 새벽에 알 6개가 화하여 사내아이로 되었는데 용모가 매우 깨끗하였다. 이내 평상 위에 앉히고 여러 사람이 축하하는 절을 하고 공경을 다하였다.

그 달 보름에 모두 왕위에 올랐다. 처음으로 나타났다고 하여 휘(諱)를 수로(首露)라 하고 혹은 수릉(首陵)이라 하였는데, 수로는 대가락(大駕洛)의 왕이 되고 나머지 5인도 각기 5가야의 임금이 되었다.

수로왕의 탄강 설화는 김해 가락국의 건국신화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설화는 전승과정에서 많은 윤색이 이루어지는데, 당대인의 역사 인식에 따라 가공의 사실이 첨가되기도 합니다. 서기 42년에 가락국이 건국되었다거나 또는 수로왕이 158년간 나라를 다스렸다고 하는 것을 그 시대의 역사 사실로 볼 수는 없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수로왕 탄강 설화는 연구 분야에 따라서 천손강림 설화, 농경 사회의 전통 내지는 민속의례, 즉위의례 등 다양한 측면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그 이면에 있는 고대인들의 사상과 역사적 배경 등 보다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이 내용 가운데 수로설화의 성격을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은 ‘붉은 폭(幅)에 둘러싸인 금합 속의 알이 하늘에서 산봉우리로 내려왔다’ 라고 하는 천손강림과 난생설화의 요소입니다.

우리 나라의 건국 신화에는 단군 신화 이래 대부분 천손강림(天孫降臨)사상이 들어 있습니다. 수로왕 설화 역시 높은 산봉우리인 구지봉에서 내려오는 등 전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배자는 이러한 관념을 내세워 현실세계에서 이루어지는 권력행사를 정당화하고, 일반민들로 하여금 그 지배를 신성하게 받아들이게 하였습니다. 또한 새(鳥)로 변신하는 능력이라든지 허왕후와의 결혼담은 지배자로서의 위용과 건국시조로서의 정당성을 담보하는 것입니다.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다는 천강신화는 새로운 이주민 집단이 도래하였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수로왕은 단순히 한 개인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선진문물을 가지고 김해지역 또는 가야지역으로 이주한 선진집단인 것입니다. 물론 그 이전에 이미 김해지역에는 토착집단이 있었는데, 9간이 이들 집단을 각각 대표하였습니다. 이들 토착집단과 수로집단이 결합하여 성립된 것이 가락국이었을 것입니다.

9간 세력은 청동기문화를 기반으로 하였을 것이고, 새로 도래해온 수로왕 집단은 선진적인 철기문화를 가진 집단이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서기 42년이라는 가락국의 성립연대는 역사사실의 일반적인 측면에서나 고고학적 자료의 검토를 통해 볼 때는 타당하지 않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알에서 수로왕이 태어났다는 사실은 동아시아에 널리 퍼져 있는 난생(卵生)설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알이 황금색이며 해처럼 둥글었다는 기록은 태양숭배사상의 흔적을 보이는 것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수로왕이 천손이라는 관념은 선택된 사람이라는 후대 사람들의 생각이 투영된 결과로서, 자신은 하늘의 자손이라는 관념을 피지배층에게 내세워 현실세계에서 이루어지는 권력행사를 정당화, 합법화, 신성화하였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수로왕 외에 5명의 왕이 난생하여 6가야를 이루었다고 하는 ‘6란설’은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 에 의하면 가야의 전신인 변한에는 12개의 국이 있었던 것은 물론이고, 가야지역에 선진철기문화를 소유한 집단이 나타날 무렵의 고고학적 현상 역시 『삼국유사』 '오가야 조' 에 보이는 가락국을 제외한 5개의 나라에 비정되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6란설’은 후대의 ‘가야연맹체’ 관념에 의해 윤색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수로왕 탄강 설화에서는 이외에도 해양문화적인 요소도 담겨 있습니다. 천강설화의 요소인 하늘이라고 하는 것이 우리 민족에게는 일반적으로 북방을 의미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영적 바다동물인 거북(龜) 역시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국유사』'어산불영 (魚山佛影)' 에는 ‘만어사(萬魚寺)는 옛날 아야사산(阿耶斯山)이다. 산 옆에 가라국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옛날 하늘에서 알이 해변으로 내려와 사람이 되어 나라를 다스렸으니 그가 수로왕 이었다’ 라고 하였는데, 이 기록에서도 역시 가락국과 해양과의 관련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즉, 가락국이 가지고 있는 지리적인 입지조건과 또 철을 매개로 한 해상교역세력으로서 성격을 볼 때, 거북으로 표현되는 해양문화 역시 수로왕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살펴 볼 것은 수로왕의 성인 김씨와 관련된 것입니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자랑하는 큰 성씨(姓氏)가 김해 김씨(金海 金氏)입니다. 그 유래를 알아 볼 수 있는 『삼국유사』 가락국기와 왕력(王曆)의 내용은 각각 다음과 같습니다.

거등왕(居登王)은 아버지가 수로왕이고 어머니는 허왕후이다. 개황력(開皇曆)에는 성이 김씨이니 대개 나라의 세조가 금란(金卵)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수로왕은 임인 3월에 알에서 태어나 이 달에 즉위하여 158년간 나라를 다스렸다. 금란에서 났으므로 성을 김씨라 하니 개황력에 실려있다.

이 두 글에서는 수로가 금알에서 났기 때문에 김씨가 되었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삼국사기』 김유신 열전에는 이와는 사뭇 다른 내용이 보입니다.

신라 사람들이 스스로 소호금천씨(少昊金天氏)의 후손이라고 하여 金으로 성을 삼았고 유신의 비문에도 헌원(軒轅)의 후예요 소호(少昊)의 직계라고 하였으니 남가야(南加耶)의 시조 수로는 신라와 동일한 성씨이다.

중국의 ‘소호금천씨설’을 채용하여 신성성과 유구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개황력은 가야 멸망 이후 편찬된 것이고, 『김유신비문』 역시 7세기 후반에 건립된 것으로 보아 두 가지 기원설 모두 가야 당대에 이루어진 것은 아닌 듯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7세기 중반 이전에는 신라왕족과 마찬가지로 김씨성(金氏姓)이 칭해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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