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보

김해시보 제 1087 호 11페이지기사 입력 2025년 04월 01일 (화) 09:09

고인돌의 긴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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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집오기 한참 전부터 시댁 마당에는 거대한 고인돌이 있었다.

오랜 세월을 묵묵히 견뎌온 듯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거대한 돌을 떠받치던 기둥들이 사라지고, 판석만 덩그러니 남아 화장실 옆에 놓여 있게 됐다. 사람 사는 집과 무덤이 함께하는 듯한 묘하고도 애잔한 풍경이 펼쳐졌다. 그렇게 나는 고인돌과 함께 세월을 보냈다.

1992년 새집을 지었다. 고인돌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였다.

그러던 1998년 김해시청에서 문화재 조사를 나왔다. "이건 문화재입니다"라며 고인돌 밑을 파고 돌을 들어 올렸다. 그렇게 우리집 고인돌은 국립김해박물관 앞마당으로 떠나갔다. 그 고인돌이 바로 경상남도 기념물 '김해 내동 지석묘'다.

그렇게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몇 년 뒤, 우리 집 바로 옆에 고인돌 공원이 생겼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고인돌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운명이라는 것이 있다면 이 돌은 처음부터 우리 곁에 머물도록 정해져 있었던 게 아닐까.

더 신기한 일이 있었다. 외조카가 우연히 찍은 한 장의 사진. 그 사진 속 날짜를 보고 깜짝 놀랐다. 1995년, 김해시군이 통합된 바로 그해였다.

마치 이 모든 일이 어떤 인연으로 얽혀 있었던 것만 같다. 고인돌이 머물렀던 시간들, 그리고 다시 돌아온 길을 떠올리니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진다.

우리가 그 돌을 기억하듯, 어쩌면 고인돌도 우리를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장현정 / 김해시 내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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