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보

김해시보 제 1091 호 9페이지기사 입력 2025년 05월 12일 (월) 09:15

쓰레기차를 따라 달리던 아이 이미영/ 김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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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레기차를 따라 달리던 아이0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저 멀리서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오면, 무슨 일이라도 난 듯 우리는 골목으로 달려 나갔다.

“야야, 쓰레기차 온다!”

엄마는 봉투를 들고 황급히 따라나섰고, 우리는 누가 더 멀리 던지나 내기하며 깔깔댔다.

쓰레기차 위 아저씨는 봉투를 능숙하게 받아냈고, 가끔 사탕을 건네며 환하게 웃어주셨다.

1995년, 김해가 시군으로 하나로 합쳐지면서 동네 풍경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길모퉁이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던 쓰레기 더미가 사라지고, 집집마다 지정된 날 문 앞에 쓰레기봉투를 내놓기 시작했다.

“이제 아무 데나 버리거나 태우면 안 된대.”

엄마의 말에 따라 종량제 봉투를 쓰고, 분리수거를 하고, 정해진 날에만 쓰레기를 내놓는 일이 어느새 당연한 일이 되었다.

더 이상 우리는 쓰레기차를 쫓지 않았다.

문전수거는 생활의 질서를 바꾸었고, 그 질서는 곧 도시의 얼굴이 되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때 그 쓰레기차 소리를 떠올린다.

아무렇게나 버려졌던 것들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가던 그 순간들.

김해가 하나로 모였던 그해, 우리 삶도 그렇게 하나씩 정돈되어 갔다.

 



* 사진은 제170호 김해시보(1995년 9월 16일 발행)에 실린 쓰레기 문전수거 관련 기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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