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저 멀리서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오면, 무슨 일이라도 난 듯 우리는 골목으로 달려 나갔다.
“야야, 쓰레기차 온다!”
엄마는 봉투를 들고 황급히 따라나섰고, 우리는 누가 더 멀리 던지나 내기하며 깔깔댔다.
쓰레기차 위 아저씨는 봉투를 능숙하게 받아냈고, 가끔 사탕을 건네며 환하게 웃어주셨다.
1995년, 김해가 시군으로 하나로 합쳐지면서 동네 풍경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길모퉁이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던 쓰레기 더미가 사라지고, 집집마다 지정된 날 문 앞에 쓰레기봉투를 내놓기 시작했다.
“이제 아무 데나 버리거나 태우면 안 된대.”
엄마의 말에 따라 종량제 봉투를 쓰고, 분리수거를 하고, 정해진 날에만 쓰레기를 내놓는 일이 어느새 당연한 일이 되었다.
더 이상 우리는 쓰레기차를 쫓지 않았다.
문전수거는 생활의 질서를 바꾸었고, 그 질서는 곧 도시의 얼굴이 되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때 그 쓰레기차 소리를 떠올린다.
아무렇게나 버려졌던 것들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가던 그 순간들.
김해가 하나로 모였던 그해, 우리 삶도 그렇게 하나씩 정돈되어 갔다.
* 사진은 제170호 김해시보(1995년 9월 16일 발행)에 실린 쓰레기 문전수거 관련 기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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