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 어방동, 신어천을 따라 걷다 보면 작은 바위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겉보기엔 평범한 절벽 같지만, 이곳은 금관가야의 역사를 품은 신비로운 장소 초선대(招仙臺)다.
‘초선대’라는 이름은 문자 그대로 신선을 초대하는 자리를 뜻한다.
이 신비로운 이름처럼, 초선대는 전해오는 이야기도 범상치 않다.
'동국여지승람' 김해도호부 기록에 따르면, 금관가야 제2대 왕인 거등왕(居登王)이 인근 칠점산의 선인을 초대해 이곳에서 가야금 연주와 바둑을 즐겼다고 한다.
나라를 다스리던 왕이 자연과 벗 삼아 여유를 즐겼던 장소.
당시 거등왕이 앉았던 자리에는 연꽃무늬가 새겨진 좌대와 바둑판의 자욱이 있었다고 전하지만, 지금은 세월 속에 사라져 그 흔적을 눈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초선대에 오르면 그 자취를 마음으로 느낀다.
바람이 지나가고, 산 아래 들녘이 펼쳐지는 풍경 속에 옛 왕의 고요한 사색이 겹쳐 보인다.
초선대의 신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암벽 끝에는 두께 약 3cm 마애불이 새겨져 있는데, 이 마애불은 거등왕의 모습이라 전해진다.
바위 위에 조심스레 남겨진 선왕의 형상은 세월의 풍화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불상인지, 왕의 초상인지 그 해석은 여전히 분분하지만, 이 또한 초선대를 더욱 신비롭게 만드는 요소다.
오늘날 초선대는 크고 요란한 관광지는 아니다. 그러나 조용한 발걸음으로 이곳에 오르는 이들은 하나같이 깊은 감동을 안고 돌아간다.
그들은 이곳에서 시간을 초월한 만남을 경험한다.
신선을 초대했던 왕, 그 곁을 거닐던 선인들, 그리고 여전히 바람 속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바위 하나.
신선과 왕의 놀이터, 초선대에서 잠깐의 여유를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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