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다. 오전 9시, 기온은 벌써 32도에 이른다. 참새 한 마리가 빌라 옥상 환풍구를 타고 빙글빙글 돌고, 뜰천에 빠진 킥보드가 오히려 시원해 보이기까지 한다. 낮에는 불볕더위로 쉽게 걸을 엄두가 나지 않고, 외출을 하더라도 목적지만을 향해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그러나 해가 지면, 율하2지구 ‘달빛 아래 뜰천’ 산책로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은은한 조명이 발밑을 부드럽게 비추고, 별자리 패턴이 새겨진 바닥은 마치 밤하늘 위를 걷는 듯한 착각을 준다. 초승달을 형상화한 조형물은 따스한 빛을 흘리며 산책객을 맞아준다.
이번 율하2지구 경관 개선 사업은 달빛을 닮은 조명을 중심으로 교량 하부와 어두운 구간을 정비하고, 태양광 헬스 조명과 스텝 등을 설치해 안전성을 높였다. 덕분에 밤의 뜰천은 단순한 보행로를 넘어 감성과 휴식을 동시에 선사하는 쉼터가 되었다.
늦은 저녁을 먹고 가족과 함께 뜰천을 걷는다. 나무 위에 매달린 반딧불이 조명이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반짝이고, 아이 머리 위로는 작은 별빛이 쏟아진다. 그 순간, 자연스레 이런 말이 떠오른다.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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