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보

김해시보 제 1103 호 11페이지기사 입력 2025년 09월 11일 (목) 09:36

할머니에게서 배운 인생

김해시 김기영

얼마 전, 일이 있어 대성동 쪽 주택가의 좁은 골목을 지나다가 택시가 갑자기 멈췄다. 차창 밖으로 보니 폭염 속에서 종이로 가득 찬 리어카를 힘겹게 끌고 가는 할머니가 있었다. 가파른 오르막에 다다르자 할머니는 리어카가 무거워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서 있었다. 옆을 지나는 사람들은 마치 할머니가 보이지 않는 듯 무심히 지나쳤다.

시간도 남겠다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어 택시에서 내려 할머니의 리어카를 함께 밀기로 했다. 예상보다 훨씬 무거운 리어카는 오르막길에서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할머니는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한걸음씩 나아갔다. 힘들었지만 할머니는 오르막을 넘고 나서 잠시 쉬며 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얼굴에는 나이테처럼 깊게 패인 주름이 있었지만, 그 속에서도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으셨다.

“종이 팔아서 돈 좀 많이 벌으셨는교?”라는 내 질문에 할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돈은 무슨… 그래도 감사하면서 살아요”라고 담담히 대답했다. 그 짧은 말 한마디가 내 마음을 깊이 울렸다. 무거운 짐과 더위 속에서도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할머니의 태도는 삶의 무게를 견디는 지혜이자, 진정한 부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삐걱거리는 녹슨 리어카 바퀴 소리와 함께 할머니는 다시 길을 나섰다.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고 반복하며 허리를 숙이시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내가 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이웃의 삶을 잠시나마 함께하며, 그 깊은 감사의 마음을 배웠기 때문이다. 김해의 모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건강하고 평안하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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