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보

김해시보 제 1107 호 8페이지기사 입력 2025년 10월 30일 (목) 09:09

다가온 김해의 가을을 수집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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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의 가을은 호수의 물그림자에서 시작해 능선의 파노라마로 끝난다.

연지공원에 해가 뜨면 호수는 거대한 거울이 되어 붉고 노란 잎을 한 겹 더 입힌다.

분수대 옆 데크를 따라 걷는 이들은 같은 나무를 두고도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빛을 건져 올린다.

유모차를 미는 가족과 사진을 고르는 연인, 조깅을 멈춘 시민이 같은 풍경을 저마다의 속도로 받아 적는다.

호수 끝자락에서 노출을 조금 낮추면 단풍의 결이 또렷해지고, 물빛에 물든 마음은 자연스레 다음 장소로 연결된다.

수로왕릉에 닿으면 정제된 담장과 곧게 선 비석들 사이로 단풍이 얹히며 절도가 더해진다. 왕릉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방문객들은 소리를 낮추고 손을 뒤로 모아 걷는다.

담장 바깥의 곡선 길은 은근한 단풍 터널을 이루고, 인물 사진을 찍는 이들은 길의 휨새를 배경으로 발걸음이 멈춘 찰나를 골라 담는다. 과장 대신 차분함이 오래 남는 시간이다.

왕릉의 고요를 뒤로하면 도시의 기억을 품은 숲, 봉황대공원이 이어진다.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는 동안 고분의 곡선과 단풍 가지가 겹쳐 오래된 지도 같은 화면을 만든다.

정상부에 가까워질수록 회색 건물과 주홍빛 숲의 경계가 한 프레임에 들어오고, 바람에 낙엽이 돌비석을 스치는 낮은 소리가 길을 따라붙는다.

도시의 윤곽이 멀어질 즈음 발길은 은하사로 기운다.

경내로 이어지는 돌계단에는 낙엽이 얇게 깔리고, 전각의 처마 끝에는 늦가을 햇빛이 머뭇거린다.

종각 옆 고목 아래에서는 목소리도, 발걸음도 저절로 잦아든다.

참배를 마친 이들이 합장을 풀고 경내를 나서는 사이, 방문객들은 삼각대를 접고 손에 쥔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만 조용히 누른다.

사찰의 시간은 도시보다 느리고, 그 느림 속에서 단풍의 색은 더 선명해진다.

물소리로 시간을 재고 싶다면 대청계곡이 답을 준다.

바위 사이로 빠르게 흐르는 물은 도심의 소음을 지우고, 물가에 깔린 낙엽은 발밑에서 부드럽게 부서진다.

물이 잠시 고이는 구간에서는 흐름과 정지의 대비가 뚜렷해 사진에도,기억에도 선명한 선이 남는다.

젖은 바위는 미끄러우니 그립 좋은 신발이 든든하고, 피크닉 매트 하나면 점심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이곳에서는 시곗바늘보다 햇빛의 각도가 시간을 움직인다.

오후의 호흡을 정리하기엔 진례저수지가 적당하다.

제방 위 바람은 한결 차갑고, 갈대는 단풍과 색을 나눠 가진 듯 물가에 서 있다. 호숫길을 반 바퀴만 돌아도 계절의 변주가 분명하다.

바람이 잦은 오전엔 물이 거울처럼 맑아 물그림자가 깨끗하고, 오후가 되면 잔물결이 생겨 빛의 눈금이 잘게 흩어진다.

호수가 벤치에 앉아 얇은 겉옷을 여미고 뜨거운 음료를 한 모금 머금는 순간, 하루의 리듬이 다시 정돈된다.

하늘이 저녁빛으로 기울면 마지막 장면은 무척산이 맡는다.

무척산의 산세는 우직하지만 길은 알차게 이어진다.

능선에 오르면 붉은 띠가 지평선을 따라 길게 뻗고, 구름이 낮게 깔린 날이면 색은 더 깊어진다.

왕복 서너 시간이 소요되는 코스로 물과 간단한 간식은 필수이며, 일교차를 감안해 얇은 겉옷을 하나 더 챙기는 편이 좋다.

숨이 조금 가빠질 즈음 능선 바람이 땀을 식혀 주고, 남해 들녘과 도시의 윤곽이 한눈에 펼쳐지는 장면이 이 가을 산행의 이유를 분명히 한다.

이렇게 하루를 채우고 나면 김해의 단풍은 ‘명소’가 아니라 ‘수집된 추억’으로 남는다.

호수의 빛에서 왕릉의 절제, 사찰의 고요와 계곡의 물결, 저수지의 물그림자, 그리고 산의 파노라마로 이어지는 김해의 길에서 우리는 가을을 한 장씩 넘겨 읽는다.

다음에 다시 걸을 땐 시간대를 달리하면 좋다.

오전의 맑은 빛과 해 질 무렵의 부드러운 빛은 전혀 다른 계절을 보여준다.

쓰레기는 되가져오고, 사찰과 사적지에서는 목소리를 낮추며, 드론 비행은 사전에 확인하는 기본 예의를 더할 때, 이 짧은 계절은 더 오래, 더 선명하게 우리 곁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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