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숨결이 물억새 끝마다 스며드는 시간, 김해 화포천에선 바람도 기억을 만든다.
가을빛이 완연한 화포천 일대가 은빛 물억새 물결로 일렁이며 전국 관광객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다.
국내 최대 하천형 배후습지인 화포천습지는 이맘때면 수십만 평에 이르는 물억새 군락이 파도처럼 번지고, 햇살에 반짝이는 은빛 결과 높푸른 하늘이 겹치며 ‘김해의 가을’을 상징하는 풍경을 완성한다.
생태적 가치가 높은 화포천습지는 김해가 국제 ‘람사르 습지도시’로 인정받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금도 조류와 수생식물을 비롯해 800여 종의 생명이 함께 숨 쉬는 터전으로, 물가를 스치는 발자국마다 다양한 생태의 결이 느껴진다.
최근에는 천연기념물 재두루미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날아들었고,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저어새와 2급 노랑부리저어새 30여 마리가 군무를 이루듯 모습을 드러내며, 이곳의 가을 풍경을 한층 더 풍성하게 채웠다.
특히 화포천 일대에는 철새 관찰을 위한 탐조 포인트가 촘촘히 마련되어 있어, 기다림의 미학을 아는 사진가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계절의 명소로 손꼽힌다.
지난 10월 15일 문을 연 화포천습지과학관은 아이들과 함께 자연을 배우고 체험하는 감성형 공간으로 인기를 더하고 있다.
생태전시실, 탐조전망대, 실내놀이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주말이면 가족 단위 방문객이 1천 명을 웃돈다.
작은 손이 망원경을 붙잡는 순간, 아이들의 눈에도 가을이 깊어진다.
김해시는 가을 행락철을 맞아 산책로와 안내 표지판을 정비하는 등 방문객 편의를 세심히 챙기고,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을 발판으로 ‘생태도시 김해’ 브랜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 질 녘, 은빛 물결이 금빛으로 물드는 그 순간, 당신의 가을도 화포천에서 더욱 또렷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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