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푼이 모은 돈을 탈탈 털어 시내 주택가 골목에 작은 토스트 가게를 마련했다. 가게 특성상 홀로 지내는 할머니들이 자주 찾아오신다. 배고프신 분들께 무료로 드릴 수도 있지만, 단돈 얼마라도 받아야 마음이 편하시겠다는 생각에 주시는 대로 받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참으로 다양한 사연이 있었다. 폐지를 주워 모은 천 원짜리 한 장을 반듯이 펴서 내밀며 토스트 하나를 부탁하신 할머니가 있었고, 치마저고리 안주머니에서 누가 볼까 조심스레 이천 원을 꺼내 “옜다” 하며 건네신 할머니도 있었다. 심지어 500원만 내고 가신 할머니도 계셨다.
우리 가게의 삼천 원짜리 토스트 한 장은 고급 음식이 아니라 그저 허기를 달래는 간식에 가깝다. 그런데 그조차 사 먹기 어려워 가게 앞에서 한참 망설이다 돌아서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보면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그런 분들께는 내가 먼저 토스트 하나를 정성껏 만들어 드린 적이 많았다. 자식과 떨어져 살며 점점 늙어 가는 어르신들을 뵐 때면 안타까움과 함께 궁금증이 일었다. 저분들의 자식들은 부모가 이렇게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우리 가게에 오시는 할머니들께는 공통점이 있다. 약속이나 한 듯 자식 자랑을 하신다는 점이다. 평생을 바쳐 자식을 키우셨고 이제는 보살핌을 받아도 될 때이지만, 혹시라도 짐이 될까 봐 자식 곁으로 가지 못한다는 말씀을 자주 들었다. 그럼에도 할머니들의 자식 사랑은 허리가 굽어지도록 이어졌다. 참으로 우리네 어버이의 사랑은 대단한 헌신이다.
가뭄에 갈라진 논두렁 같은 깊은 주름에도 미소를 잃지 않으려 애쓰는 뒷모습을 보며 문득 고향의 어머니가 떠올렸고, 그리움이 번지듯 부모와 자식의 인연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오늘도 김해의 모든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하루라도 더 평안한 여생을 누리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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