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에 ‘생림면 마사리 1143-1’을 찍고 도착하면, 눈앞에 나타나는 건 다소 낯선 풍경이다.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는 오래된 터널은 멈춰 선게 아니라 ‘새로운 시간’을 향해 열려 있다. 이름하여, 복합문화공간 '마사터널'이다.
1963년에 만들어진 마사터널은 길이 329m, 폭 4m의 아담한 터널이다.
말굽을 닮은 곡선형 구조와 거친 석재 외벽 덕분에, 마치 오래된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한때 이곳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오가는 경전선의 중요한 통로였다.
47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이동을 책임졌던 터널은 2010년 경전선 복선전철화 사업 이후 제 역할을 내려놓고, 8년 동안 ‘폐터널’이라는 이름으로 조용히 잊혀져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터널이 다시 사람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번엔 기차가 아닌, 여행자와 자전거, 카메라를 든 이들을 향해.
낙동강 자전거길을 달리는 라이더들은 더 이상 힘들게 모정고개를 넘어가지 않아도 된다. 자연스럽게 숨을 고르며 터널을 통과하는 그 짧은 순간, 여행은 조금 더 여유로워진다.
마사터널 앞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감각적인 ‘masamasa’ 로고다.
마사터널의 이미지를 디자인한 전용 로고로, 이곳이 단순한 옛 터널이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 공간’이 되었음을 알린다.
터널 전면에는 약 3,300㎡ 규모의 넓은 광장이 펼쳐져 있고, 주차장과 쉼터, 자전거 카페 등이 함께 자리 잡고 있다. 장거리 라이딩 중 잠시 들러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다리를 쉬어가기 좋고,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도 부담 없는 휴식 명소다.
요즘 여행 트렌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폐터널 인증샷’.
낡은 콘크리트, 어둠과 빛이 만들어내는 실루엣, 터널 끝으로 모여드는 빛의 농도까지, 감성 사진을 위한 요소가 모두 갖춰져 있다.
마사터널 역시 ‘인생사진 명소’를 노려볼 만한 곳이다. 터널 안쪽에 서서 입구 방향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면, 자연스럽게 역광과 실루엣이 어우러진 분위기 있는 사진이 완성된다.
연인과 손을 잡고, 자전거를 세워두고, 혹은 혼자 멍하니 터널 끝을 바라보는 장면도 좋다.
특별한 포즈가 아니어도, 이곳에서는 그 자체로 그림이 된다.
마사터널의 매력은 이곳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인근에는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김해낙동강레일파크와 생림오토캠핑장이 자리하고 있다.
레일바이크를 타고 강변을 달린 뒤 마사터널까지 이어지는 동선을 짜거나, 캠핑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자전거로 터널을 지나보는 것도 좋다.
김해시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도시가 빨리 성장할수록, 쓰임을 다하고 버려지는 공간도 함께 늘어납니다. 그중 관광 명소로 키울 수 있는 장소를 발굴해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마사터널은 그런 의도가 가장 아름답게 구현된 사례 중 하나다.
한때는 굉음을 내며 기차가 지나가던 터널이었다가 지금은 사람들의 웃음과 셔터 소리가 채우고 있는 곳.
이번 주말, 김해 생림면 마사터널에서 조용히 흘러가는 시간 위로 한 번 걸어가 보는 것은 어떨까?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