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에 접어든 엄마는 부쩍 바깥 활동이 줄어드셨습니다. 많던 계 모임도, 이웃과의 왕래도 뜸해지면서 하루 종일 화단 가꾸기에만 진심이셨죠. 마치 농사를 짓는 농부처럼 진지하게 화초를 돌보시는 모습에 궁금해서 여쭤보았습니다.
"엄마, 화단 가꾸기가 그렇게 좋아요?" 엄마는 환하게 웃으시며 답하셨습니다. "사람들은 가끔 모진 말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경로당에 가면 편을 갈라 시기·질투로 불편할 때도 있어. 그런데 꽃은 노력한 만큼 기쁨을 주는 존재라 힐링이 돼. 그래서 행복하단다."
저는 엄마가 복지센터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활력을 되찾으시길 바랐지만, 엄마는 한사코 싫다고만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작은 미션을 제안했습니다. 용돈을 따로 드리지만 아까워 못쓰시는 것 같아 "엄마, 매일 시장에 나가서 만 원 정도 장 보는 건 어때요? 외동시장도 그리 멀지 않으니 구경 만 해도 좋고, 먹고 싶은 거 사드셔도 돼요."
처음엔 귀찮다며 고개를 저으셨지만, 저는 매일 아침 만 원짜리 한 장을 건네드리며 "오늘 시장 잘 다녀오세요!" 하고 출근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쯤 지났을까요? 시장에 다녀오신 엄마는 퇴근한 저를 붙잡고 "이건 제철이라 싸고, 저 가게는 윗집보다 비싸더라"라며 그날 있었던 일들을 신나게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말수가 줄고 옛날이야기만 반복하시던 엄마께 새로운 일상이 생긴 것입니다. 이제 엄마는 시장뿐만 아니라 5일 장, 생활용품점, 마트, 공원, 커피숍 등 혼자서도 외출하시며 다른 어르신들과 담소를 나누고 물가 이야기를 하며 활기를 찾고 계십니다. 작은 용돈이 가져온 소소한 변화가 엄마의 삶을 조금씩 환하게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일상 속 작은 발걸음이 삶을 지탱해 주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오늘도 잘 다녀왔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소소한 활동들이야말로 행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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