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뜻하는 한자 ‘미(米)’를 여든여덟(八十八)과 연결해 ‘한 톨에 88번의 손길이 스민다’는 이야기가 널리 전해진다. ‘쌀의 날’이 8월 18일인 것도 이 민간 설명에서 착안했다는 설이 있지만, 미 자는 본래 낟알 모양을 본뜬 상형 문자라는 점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벼농사는 손이 많이 가고, 농부의 땀과 시간이 포개진 일이다.
우리 민족은 밥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해 왔다. “밥 드셨어요?”, “언제 밥 한 끼 합시다”라는 인사에는 공동체를 잇는 정서가 스며 있다. 그러나 요즘은 간편식을 찾는 흐름이 커지며 쌀 소비가 줄고, 농촌은 판로와 가격의 불안정에 흔들린다. 맞벌이 가구와 1인 가구가 늘면서 밥 짓고 상 차리는 일이 번거롭다는 이유도 크다.
그렇다고 밥을 멀리할 이유는 없다. 갓 지은 흰밥에 김치와 나물을 얹어 한 숟갈 뜨면 탄수화물·단백질·식이섬유가 자연스레 균형을 이룬다. 채소를 오래 씹는 과정은 저작근을 단련하고 식사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돕는다. 정성 들여 차린 집밥 한 끼는 비싼 보조제보다 몸에 편하고 마음에도 든든하다.
벼농사는 식량안보의 최전선이자, 논은 물을 저장하고 미세먼지를 가라앉히며 생태계를 품는 공익적 공간이다. 우리는 쌀을 먹는 소비자로서 이 순환의 고리를 지킬 수 있다. 주 1~2회라도 우리 쌀로 요리하고, 잡곡이나 제철 채소를 곁들이며, 학교·기관 급식에서 ‘가야뜰’ 같은 우리 지역 쌀을 우선 선택하는 일은 작은 수고이지만 큰 변화를 낳는다.
지금 이 순간의 한 그릇이 농촌을 살리고, 내일의 밥상을 단단하게 한다. 밥을 가까이하는 일은 건강을 지키는 생활 습관이자, 우리 터전을 지키는 실천이다. 오늘도 따뜻한 밥 한 그릇에서 하루의 힘을 길어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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