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김해시민 여러분, 안선환 의장님과 동료의원 여러분,
그리고 홍태용 시장님과 시정에 힘쓰고 계시는 공무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장유3동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허윤옥 의원입니다.
최근 상임위원회의 국외출장에서 싱가포르의 노인복지시설 ‘오조이‘를 방문했습니다.
‘오조이’는 일반적인 노인복지관과는 달리 정서적 회복과 사회적 관계 회복을 사명으로 삼고 있습니다.
심리상담, 사회참여 프로그램 운영, 고립 노인을 위한 온라인 프로그램 및 가정방문 서비스 등을 현장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노인을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돌봄의 주체로 세우는 관점이었습니다.
비교적 건강한 노인이 ‘Jolly Companion’이라는 이름으로 교육을 받아,
다른 노인의 집을 방문해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들으며 일상생활을 가볍게 도우면서 또 다른 노인을 지지하는 돌봄 인력이 되는 것입니다.
즉, 일할 수 있는 노인과 돌봄이 필요한 노인을 상호돌봄 구조로 연결하여, 그 과정에서 소득과 자존감, 정신건강을 동시에 높이는 일자리 모델이 현장에서 작동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고령사회에서 우리가 늘 이야기해 온 노인일자리의 질적 전환을 어떻게 해야할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느꼈습니다.
김해시도 다양한 노인복지사업과 노인일자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경로당 급식, 기초돌봄, 공익형 일자리, 환경정비와 공공시설 지원 등 사업 수와 예산만 보면 결코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 해외 방문을 통해 냉정하게 돌아보게 된 점이 있습니다.
우리 시의 많은 노인일자리가 여전히 단시간, 단순노무, 낮은 처우에 머물러 있고 노인의 경험과 역량, 그리고 돌봄의 잠재력을 충분히 살려내기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고령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는 노인의 우울과 고립, 치매 이전 단계의 인지저하, 배우자와 친구 상실에 따른 상실감과 자살 위험 문제는 일자리 정책과 별개의 영역으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몇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는가’에서 ‘어떤 삶의 변화를 만들어냈는가’로 노인일자리 기준을 바꿔야 합니다.
이에 저는, 김해시의 노인일자리 패러다임 전환을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첫째, 노인일자리를 ‘상호돌봄형과 정신건강 연계형’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싱가포르 ‘오조이’의 Jolly Companion 모델처럼, 김해시도 비교적 건강한 노인을 대상으로 기본 상담·경청 교육, 우울·인지저하 선별교육, 위기 상황 발견 시 연계 체계를 갖춘 ‘마을 어르신 동행·방문 파트너’와 같은 일자리를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분들은 혼자 사는 어르신, 거동이 불편해 경로당·복지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어르신, 배우자 사별 후 급격히 위축된 어르신을 정기적으로 찾아가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며, 필요시 행정·복지서비스, 정신건강복지센터, 치매안심센터 등과 연계하는 1차 관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방문하는 노인은 사회적 역할과 소득을 얻고, 방문받는 노인은 정서적 지지와 고립 완화 효과를 얻는, 말 그대로 상호돌봄형 노인일자리가 됩니다.
둘째, 읍면동 단위 통합돌봄 체계 안에 노인일자리를 전략적으로 재배치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 시의 노인일자리는 부서·사업 단위로 쪼개져 있어 통합돌봄,
방문건강관리, 치매관리, 정신건강서비스와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읍면동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 안에서, 어떤 노인일자리는 돌봄 사각지대 발굴에, 어떤 노인일자리는 고립노인 안부 확인에, 어떤 노인일자리는 인지·근력 프로그램 보조 등 노인 일자리에 대한 인식과 방향을 전환해야 합니다.
셋째, AI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노인일자리’를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오조이’는 온라인 프로그램과 가정방문을 결합해 집 밖으로 나오기 어려운워 더 고립되는 노인들을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김해시도 태블릿·스마트폰을 활용한 비대면 모임 진행 보조, 온라인 인지훈련·운동 프로그램 진행 도우미, 경로당·무더위쉼터 등에서의 디지털 기기 안내·교육 지원과 같은 디지털 결합형 노인일자리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것은 단지 새로워 보이기 위한 사업이 아니라, 외출이 어렵거나 코로나 이후 고립된 어르신, 농촌·외곽 지역 어르신들에게 필수적인 생활 서비스 접근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시장님, 그리고 공무원 여러분!
고령사회에서 노인일자리는 더 이상 용돈벌이나 단순 공공근로를 몇 개 늘렸는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누군가의 우울을 줄이고, 누군가의 고립을 막고, 누군가의 기억과 근육을 조금 더 오래 지켜주는 것.
그 변화들이 모여 도시 전체의 의료비와 요양비를 줄이고, 지역 공동체의 안전망을 두텁게 만드는 것입니다.
싱가포르 ‘오조이’처럼, 노인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돌봄과 예방의 주체로 세우는 일자리가 이제 김해에서도 논의되어야 합니다.
향후 노인일자리 사업을 설계할 때, 상호돌봄형, 디지털 결합형 일자리로의 전환을 적극 검토해 주실 것을 요청드리며 발언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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