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보

김해시보 제 940 호 18페이지기사 입력 2020년 12월 11일 (금) 09:47

독자투고

김해시 청년가게에서 얻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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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시 청년가게 첫해 상인으로 동상시장에서 호떡집을 했었어요. 입주 청년들은 희망을 꿈꿨고, 그들과 같이 교육을 받고 같이 의지하며 꿈을 키웠던 게 기억이 납니다.

그 친구들과 함께하며 도시 재생과 청년 문화, 지역 문화 기획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김해는 문화도시라는 것도 알게 되며, 설레었던 추억이 몽글몽글 떠오릅니다.

호떡집을 할 때, 영국 언니가 찾아왔어요. 영국에 가서 한국식 호떡집을 하고 싶으니 가르쳐 달라고.

사실 그때만 해도 경상남도와 김해시의 도움으로 청년가게를 하고 있음에도 정책이라는 걸 부정적인 시선으로도 보았답니다.

청년가게에서 영국 언니와 지내던 어느 날, 청년가게를 인터뷰한다는 목적으로 오신 분이 부정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으셨어요.

잘못된 예산이라고 비판만 하신 분께 한참을 듣고 있던 영국 언니가 "국가가 국민들의 먹고사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하고 나면 복지국가의 길로 나가게 되지요. 그 복지국가 되면, 나라의 예산으로 여러 정책을 하게 되고 다 성공할 순 없어요. 이 구석진 자리. 누가 봐도 장사가 안될 거 같은 곳에, 꽃 같은  청년들을 밀어놓고, 예산을 낭비하는 것처럼 보여도, 이 비용으로 이 청년들이 실패를 경험하며 값진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해요. 그 경험은 어떤 값어치와 바꿀 수도 없고, 어느 누구의 비용으로 지불될 수도 없는 국가의 비용 지불이기에 가능한 거지요. 청년이 그 비용을 지불할 수 있을까요? 부모가? 이 기회를 누가 만들까요? 이걸, 실패하는 친구들이 더 많아서 실패한 정책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분명 10%라도 발판삼아 성공한 친구들이 있다면, 그 친구들은 밝은 미래를 이끌어 낼 인재가 될 거예요. 그리고 국가정책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정책의 보완해야 할  부분이 뭔지 배우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구요"라고 이야기하더라구요.

순간 제 얼굴이 화끈거리더니 붉어졌어요. 그땐 불평만 하고 있던 제가 부끄러워서였는데, 돌이켜보면 국가의 예산이 아니었다면 실패든 성공이든 어떤 경험이라도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저에게 없었을 거란 걸 알고 있어서였을 거예요.

생각을 뒤집으면, 다른 게 보이고, 좁은 시야를 넓히면 또 다른 뭔가를 찾게 될 거란 걸 영국 언니의 이야기를 통해서 알게 되었던 거죠.

1년을 청년가게에서 보내고 여러 사정으로 청년가게를 나온 후 2020년 지역문화진흥원이 주관한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과정을 밟았고 김해 진영 '문화탐정단'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답니다.

지역 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진영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어린이 탐정단을 만들었어요. 지역의 어르신들을 인터뷰하고 이야기를 모아 마을이야기잔치를 했고 지역의 전시관 및 박물관, 역사가 있는 오래된 학교 교정 등을 찾으며 지역 역사 인물을 재조명하기도 했답니다. 이 경험의 발판은 분명 청년가게였어요. 우리의 삶은 인문학이고 그 삶을 통해 배웠던 다양한 경험들이 저를 지역문화기획자로 발돋움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호떡집으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 청년가게로 인해 제가 꿈을 꿨고 김해시는 제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주는 곳이더라구요. 청년을 꿈꾸게 하는 곳, 이제는 마흔이 넘어 청년의 자리에서 비켜났지만 계속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아요. 김해는 문화의 도시로서, 청년을 꿈꾸게 하고 꿈꾸던 청년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주는 곳이거든요.

앞으로 저는 제가 좋아하는 김해에서 이웃의 주민들과 행복한 삶을 위한 꿈을 계속 이루어갈 거예요. 제가 꿈꿨던 것이 이루어진 것처럼 이웃들의 꿈도 이룰 수 있도록 파이팅하겠습니다.

고지현_진영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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