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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대의 감나무
작성일
2025-11-16 22:42:12
작성자 :
조○○
조회수 :
28
가을이다.
내내 초록일 것만 같던 봉황대의 감들도 어느새 벅찬 주홍빛으로 물들었다.
나는 감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김해 오일장에 감이 나올 즈음이면 퇴근길의 내 호주머니 속 지폐들은 으레히 까만 봉지 속에 담긴 단감과 맞바뀌곤 한다.
집까지 가는 그 새를 못 참아 겉옷에 슥슥 문질러 닦아 껍질째 와삭 깨물면, 입 안 가득 베어나오던 그 달콤함 과 아삭거리는 질감에 여지없이 반하고 만다.
어린 시절 시골 우리집 안마당엔 감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부터 있었던 그 감나무엔, 정지용의 향수란 가곡 속에 나올 법한 누우런 황소 아닌 암소가, 전설처럼 매어져 있었다. 소똥과 소오줌은 감나무의 거름이 되었고 그 덕에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주렁주렁 열리게 된 감들은 자주 얄밉게도 등하굣길의 내 머리통을 맞히기도 했더랬다. 그때마다 눈 흘기며 올려다보던 그 감나무를 떠올리게 하는 여기 김해의 봉황대.
오늘도 나는 봉황대의 아름들이 나무들 그 사이에서 주홍 열매 사랑스레 자랑하는 감나무 아래로 맨발 걷기를 하며 어린 시절의 추억 여행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