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낙동강변 김해 상동. 매년 5월이면 산딸기가 지천이다. 얼핏 복분자가 아닌가 하지만 산에서 나던 옛날 딸기 그대로다.
복분자는 색이 검붉고 씨가 많아 그냥 먹을 수 없지만, 이곳 산딸기는 예쁜 선홍색에 씨도 작아 바로 따서 먹을 수 있다.
그 맛도 훨씬 달고 새콤하다. 알싸한 산딸기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곳이 아마도 여기리라.
김해 상동이 이처럼 산딸기로 유명해진 것은 10년 남짓. 그러나 산딸기가 심어진 것은 무려 40년이 넘는다. 그 기간동안 우리나라 산천 곳곳에서 자라던 산딸기를 여러번 개량해 지금의 품종을 만들어냈다. 이처럼 산딸기를 김해의 대표적인 먹거리이자 테마상품으로 일궈 낸 사람은 최석용·허정화 씨 부부.
○ 세계 최고의 산딸기 와인
10년 전 고향으로 귀농한 부부는 지역 특산물인 산딸기 재배를 시작하면서 와인 생산을 고안했다. 포도보다 당도가 높고 떫지않은 세계 최고의 와인을 만들고자 했다. 남들의 비웃음을 뒤로하고 연구한지 7년. 그들이 만든 와인에 세상이 놀라기 시작했고 지금은 세계 최고급의 와인으로 자리잡았다. 이곳 와인은 일반 포도와인보다 향이 진하고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알코올 함유량도 포도와인의 12%와 같은 수준이지만, 휘발성이 더 강해 빨리 취하고 빨리 깬다. 이곳의 와인이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유기농에 있다. 자연 그대로 두는 것, 그것이 부부의 고집이자 산딸기의 품질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란다. 산딸기 와인은 산딸기 열매와 와인 효모, 정제수 등으로 만들어진다. 우선 밭에서 딴 산딸기를 씻지 않고 숙성시킨다. 물에 씻으면 산딸기 특유의 맛과 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갓 따온 산딸기를 와인 효모와 함께 으깬 다음 시원한 곳에서 일주일에서 열흘정도 발효를 시킨다. 그 후 찌꺼기를 걸러내고 원액만으로 2차 발효를 시킨다. 효모가 작용하면서 당이 발효되어 알코올 성분으로 변화한다. 이 상태로 10일을 더 뒀다가 미세 찌꺼기를 한번 더 걸러내면 와인 원액이 완성된다. 그후에는 13~14℃로 유지된 보관실의 숙성탱크 속에서 6개월 이상 저온 숙성시킨다. 숙성탱크 속에 담긴 산딸기 와인은 층층마다 맛이 다르다고 한다. 이 부부의 기술은 바로 층마다 다른 맛을 균일하게 뽑아내는데 있단다. 숙성탱크에서 와인을 꺼내면 금세 시큼하고 달콤한 와인향이 퍼진다. 색깔은 양주와 흡사하게 황금빛이 난다. 잔을 살살 돌려서 향을 맡으면 산딸기 특유의 냄새가 톡 쏘듯 뿜어나와 코 끝을 간지럽힌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산딸기 와인은 1년에 1만 병 정도. 시스템상으로 연간 3만 병 생산이 가능하지만 품질과 명성 유지를 위해 1만 병만 출고하고 있다.
○ 노무현 대통령이 좋아했던 술
이 술이 유명해 진 것은 우연한 기회에 청와대에 납품하면서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때였는데, 고향에서 세계적인 술이 난다며 특별이 좋아했고, 즐겨드셨다. 퇴임후 봉화마을에 계실때도 꼭 이 술을 가져다 드시고, 손님들에게 선물도 자주 하셨다. 특히 돌아가시기 몇 달전에는 직접 농장을 방문하셔서 좋은 술이라고 칭찬하고 산딸기 생산에도 관심을 가지셨다.
○ 산딸기 식초도 명품
이곳에는 산딸기 와인 외에도 또하나 명품이 있다. 세계에서 유일한 것이어서 와인보다 상품성이 더 좋을 수도 있다. 바로 산딸기로 만든 발효 식초다. 산애초라는 이름으로 생산되고 있는 이곳 식초는 여느 식초와 달리 자극적이지 않다. 5도가 넘는 높은 산도에도 불구하고 물이나 요구르트에 타서 바로 마실 수 있을 정도다. 본래 식초란게 와인의 발효가 잘못 되면서 탄생한 것처럼 산딸기 와인도 똑 같은 과정에서 탄생했다. 산딸기 와인의 산도가 떨어지고 발효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을 재가공하다 식초가 만들어 진 것이다. 이 식초를 주변 사람들과 함께 맛 보았더니 너무 반응이 좋았다. 특히 식초를 먹었던 여성들이 생리통에 즉효라는 얘기를 많이 했단다. 전문가들은 산딸기에 칼슘성분이 많고 산도가 높아 항균성이 뛰어난 게 복합적인 반응으로 나타내는게 아닌가 싶다고 말한다.
○ 산딸기 와인이 만들어지기까지...
최석용·허정화 씨 부부가 산딸기 농사를 시작하고 와인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험난했다. 7년 전 산딸기 수확량이 크게 줄었는데 경매가격마저 절반으로 떨어졌다. 도저히 그 가격에 애지중지 키운 산딸기들을 내다 팔 수 없었고 3일간 나무에서 따낸 그대로 놔둬버렸다. 하지만 그대로 산딸기를 썩힐 수는 없었다. 옛날 어른들이 집에서 가양주를 담그던 것이 생각나 인근에 있는 옹기를 만드는 친구에게서 옹기를 빌려와 산딸기를 옹기에 담아 술을 담갔는데 그 맛이 생각보다 좋았다. 주변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와인을 만들어 보자 했다. 그런데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 와인 만드는 방법대로 했는데, 영 다른 맛이 나왔다. 포도와 산딸기의 숙성이 다르다는 것을 몰랐던 탓이다. 그래서 걸러내는 과정과 숙성기간을 달리했더니 와인과 흡사한 맛의 술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내다 팔았는데, 1달이 지나니 술맛이 변해 버렸다. 그래서 다시 회수키도 했다. 또 한번은 김해시에서 1500만원어치를 구매해 줬는데도 재고가 없다는 핑계로 한병도 납품치 않았다. 창고에 그보다 많은 술이 남아있었는데도.. 술맛이 원하는 대로 안 나와 도저히 줄수가 없었단다. 이렇듯 숱한 실패를 거친후 2009년에서야 안정된 술맛의 와인을 만들어 낼 수가 있었다.
○ 산딸기와인 가격과 파는 곳
산딸기 와인은 산딸기닷컴 홈페이지와 김해한옥체험관, 가야테마파크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한 병당 가격이 3만5000원으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와인 중에 최고가에 속한다. 공장형 대량생산이 아니기도 하고 유기농으로 생산된 산딸기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