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포토에세이 참가작품
여름이 지나가다(송용미)
힘들었던 여름이 지나간다. 힘들었던 한낮이 지났다.
사람들이 서서히 집 밖으로 나오는 시간이다. 하늘도 이제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볼 여유가 생기는 시간일까? 낮에는 풀들을, 나무들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었을 듯하다. 풀들은 생기가 돈다. 일용할 양식을 얻은 식물들이 느긋하게 휴식을 취할 시간에 사람들은 좀 살만해서 밖으로 나온다.
도심의 아우림길은 저녁 시간, 사람들로 가득 찬다. 곧 운동기구도 만석이 되겠지. 그 중 한 사람이 되어 하늘 한 번 바라보고, 풀들 한 번 바라본다. 물고기들의 움직임이 요란하다. 나도 좀 봐주라는 듯이.
한 여름이 이 시간이 좋다. 아직 더운 기운이 남아 있는 시간, 곧 시원해질 시간, 풀들의 생기와 물고기의 생기와 사람들의 생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저절로 생기가 생기는 시간이다. 여름의 사랑스러운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