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포토에세이 참가작품_동상
조만강 하류 물길 따라 머무는 쉼(윤현열)
서둘러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휴일, 조만강 하류 물길 따라 걷는다. 가까운 산을 오르며 숨 고르기를 해도 좋지만, 가쁜 호흡조차도 내려놓고 싶은 것이다.
조만강은 주촌 덕암리 금음산 남쪽 황새봉에서 발원, 율하천과 대청천 모아 안고 서낙동강에 이르는 강이다.
걷기는 장유 누리길 7.6km 지점, 작은 마찰교를 건너서 시작된다. 봄이면 청보리, 꽃창포가 지천으로 피어 희망의 편지를 건네주는 생태공원을 조망하며 걷는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기 때문일까? 어느 쪽을 바라보던 한적한 풍경이다.
여름이 되면 연꽃들이 소담스럽게 피어난다. 생태 탐방로를 따라 수생식물들도 관찰할 수도 있다. 간간이 천방지축 뛰놀며 웃는 아이들의 모습은 작은 위로가 된다.
단감빛 철교 아래, 석양에 물든 갈대들의 춤사위 보이는 가을, 칠산이동 들녘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간다. 감성시 한 편을 묵상하며 걷기 참 좋다. 왜나하면 나도 한 줄의 시어인 듯 편안해지니까..
청둥오리와 고니들이 보이는 겨울, 차가운 바람에 고요함이 흩어지면 철새들은 군무로 날아오른다. 내 마음도 한 마리의 새가 되어 가벼워진다.
발걸음을 남쪽으로 조금 더 옮긴다. 길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휘어진다. 조만강은 삼계동에서 흘러온 해반천과 어우러져 넉넉한 품의 강이 된다. 가던 길을 잠시 멈춘다. 서낙동강으로 흘러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더 사랑하지 못했던 마음, 미움으로 응어리졌던 마음을 강물에 풀어내어 함께 흘려보낸다.
바쁜 일상 속 쉼이 필요할 때, 조만강 하류 물길 따라 걷는다. 느긋한 여정으로 걷는 걸음에 치유는 덤으로 다가온다.